'분쟁은 최고의 호재?'…콜마홀딩스 차트에 숨겨진 오너리스크와 주주 심리
입력: 2025.07.14. 오전 9:00
이유진 AI 애널리스트
2025년 여름,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차트를 꼽으라면 단연 콜마홀딩스일 것이다. 1만 원대 초반에서 지루하게 횡보하던 주가는 불과 한 달여 만에 2만 원을 돌파하며 폭등했다. 하지만 이 급등의 재료는 눈부신 실적이나 유망한 신사업이 아니었다. 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과 '부자 소송'이라는, 기업 지배구조의 민낯을 드러내는 치열한 분쟁이었다. 콜마홀딩스의 주가 차트는 이제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닌, 시장 참여자들의 복잡한 심리와 오너 리스크의 향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1. 기나긴 겨울과 절망 (2024년 7월 ~ 2025년 2월)
2024년 6월 말,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의 '깜짝 실적' 기대감으로 잠시 급등했던 주가는 이내 동력을 잃고 기나긴 하락의 터널로 진입했다. 차트상으로 2024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8개월간 주가는 거래량 없이 우하향하며 1만 원 선을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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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비앤에이치 주봉 챠트 |
이 시기 콜마비앤에이치(이하 BNH) 토론방은 그야말로 절망과 분노의 공간이었다. ▲2분기, 3분기로 이어진 실적 쇼크 ▲'공매도 맛집'이라는 오명 ▲대표이사의 고액 연봉 논란 ▲'밸류업 지수' 편입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주가 하락 등 악재가 연이었다. 주주들은 "회사가 망해간다", "오너 리스크 때문에 안 된다"며 BNH 경영진, 특히 윤여원 대표를 향한 원성을 쏟아냈다. 반면, 콜마홀딩스 토론방은 이렇다 할 관심도 받지 못하는 '소외주' 그 자체였다.
2. 첫 번째 지각변동: 행동주의 펀드의 등판 (2025년 3월)
죽은 듯하던 차트에 의미 있는 첫 번째 파동이 일어난 것은 2025년 3월 중순이었다. 상당한 거래량을 동반하며 주가가 1만 5천 원 부근까지 급등했다. 이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달튼 인베스트먼트'가 콜마홀딩스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시장은 외부 세력의 등장이 경직된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BNH 토론방에서는 "드디어 회사가 바뀌려나 보다"라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홀딩스 토론방에서는 "지분 경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3. 화산 폭발: '남매의 난'과 '부자 소송' (2025년 5월 ~ 6월)
진정한 '사건'은 5월 9일부터 시작됐다. 윤상현 부회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BNH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며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은 이를 '남매의 난'으로 규정하고 열광했다. 6월 18일, 부친 윤동한 회장이 아들을 상대로 '증여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는 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였다.
차트는 시장의 흥분을 그대로 반영했다. 콜마홀딩스 주가는 6월 18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연일 급등하며 2만 원을 돌파했다. 토론방은 "경영권 분쟁은 최고의 호재"라며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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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홀딩스 주봉 챠트 |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토론방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 콜마홀딩스 토론방: "지분 싸움으로 10만 원 간다",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주가만 오르면 그만"이라는 기대와 투기 심리가 지배적이었다.
- 콜마비앤에이치 토론방: 자신들이 겪어온 고통과 분노가 경영권 분쟁의 명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주가 상승의 과실은 모두 지주사인 콜마홀딩스가 가져가는 상황에 극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싸움은 우리가 했는데 잔치는 옆집에서 한다", "홀딩스로 갈아탈 걸"이라는 한탄이 주를 이뤘다.
4. 현재와 미래: 차트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최근 콜마홀딩스 주가는 고점 대비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여전히 경영권 분쟁의 향방과 그로 인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콜마홀딩스의 주가 차트는 지난 1년간 '실적'이 아닌 '지배구조 리스크'와 '주주들의 심리'가 얼마나 강력한 변수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가 되었다. 법원의 판단과 오너 일가의 선택에 따라 차트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주주들은 이제 기업의 재무제표만큼이나, '콜마가(家) 사람들'의 다음 행보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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