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술 실패 원인 분석

축구에는 때로, 보기 좋은 설계도가 있다.

전술판 위에 그려진 선과 화살표만 놓고 보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 보인다. 낮은 위치에서 블록을 만들고, 압박으로 공을 회수한 뒤, 상대가 흐트러진 찰나를 놓치지 않고 짧고 빠르게 찌른다. 효율적이고, 실용적이며, 무엇보다 제법 현대적으로 들린다. 이름만 놓고 보면, 실패하기가 더 어려워 보이는 종류의 축구다.

문제는 축구가 늘 그렇듯, 종이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홍명보 감독이 그리고자 한 그림은 낯선 전술이라기보다, 이미 세계 축구에서 수차례 검증된 방식에 가깝다. 다만 이 전술은 한 가지 전제를 조용히 요구한다. 중앙에서 압박을 견디고, 템포를 조절하고, 방향을 정하며, 순간적으로 가장 올바른 패스를 찔러 넣을 수 있는 미드필더. 다시 말해, 전술의 심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선수를 필요로 한다. 유럽의 빅클럽들조차 좀처럼 흔하게 갖지 못하는 자원이다. 그러니 한국 대표팀이 이를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놀라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마치 있는 것처럼 계속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어쩌면 예고된 풍경이었다.


공은 뒤에서 멈추고, 홀딩 미드필더는 압박 속에 홀로 남겨진다. 전술이 풀리지 않자 이강인 같은 선수가 아래로 내려와 공을 받으러 오고, 그러면 애초에 측면에서 숫자 우위를 만들며 속도를 올려야 할 구조는 자연스럽게 흐트러진다. 빠른 전환을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 정작 가장 느린 축구로 변해버리는 순간이다. 효율을 위한 전술이 비효율의 상징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여기에 상대가 얌전히 뒤로 물러서 잠그기라도 하면, 사정은 더 명확해진다. 이 전술은 공간이 있어야 아름답다. 그러나 공간이 없는 경기에서 필요한 것은 인내와 변주, 이를테면 지공을 통해 상대를 끌어내거나, 원톱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로 전개 방향을 바꾸거나, 반대 전환으로 리듬을 흔드는 일이다. 말하자면 플랜 B의 시간이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은 좀처럼 그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벨을 누르기보다, 이미 잠겨 있는 손잡이를 더욱 성실하게 돌리는 쪽을 택한 듯했다.

그래서 이번 실패를 전술의 문제로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확히는, 전술의 이상형과 선수단의 현실 사이에 놓인 간극을 외면한 결과에 가깝다. 좋은 감독은 철학을 갖되, 그것을 현실의 언어로 번역할 줄 알아야 한다. 가진 재료에 맞춰 조리법을 바꾸고, 필요하다면 메뉴를 바꾸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은 최고급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펼쳐둔 채, 정작 주방에 없는 재료를 끝내 찾지 못한 것에 더 가까워 보였다.

결국 많은 팬들이 남긴 한마디는 제법 정확한 총평이 된다.

전술을 몰라도 이상하다는 느낌, 설명을 듣고 나서도 끝내 남는 의문, 그리고 모든 분석의 끝에서 다시 돌아오게 되는 한 문장.


정말,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번 홍명보호를 가장 정교하게 설명하는 방식은, 가장 품위 있게 적힌 당혹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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