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 제대로 알고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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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약에 대해서 오해하기도 하고, 무조건 좋다는 사람(주로 나이드신 분)이 있는 반면 또 TV 다큐를 보고 무조건 안 좋다는 사람도 있고 다양해서 오늘은 심심하니까 끄적여 보려고 해.

사실 분류를 어떻게 해야하고,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약을 두 가지로 분류해 볼게. 하나는 증상 완화제이고 다른 하나는 원인 치료제야.

1. 증상 완화제.

해열제는 열을 낮춰주는 약이야. 대표적으로 아스피린(로날),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이부프로펜(부루펜) 등이 있어. 괄호 안에 적힌 건 상품명이라서 아마 들어봤을 거야. 아스피린(로날)의 경우는 개발된지 오래된 약이지만 요즈음은 부작용을 완화한 더 좋은 약이 많이 나와서 잘 쓰지 않지. 또한 위액을 중화시키는 제산제도 이런 경우야. 증상만 완화시키고, 병을 이겨내는 건 신체의 면역 반응에 맡기는 방식이니까.

그 밖에도 진통제, 기침 감소, 설사약, 변비약 등이 있는데, 단순히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야. 예를 들면, 감기에 걸렸어. 감기에 걸리면 흔히 "약 먹는 것보다 푹 쉬는 게 훨씬 나아" 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증상 완화제는 그 고통을 견디는 것만 도와줄 뿐, 감기를 일으킨 바이러스를 죽인다거나 하는 효과는 없어.

약(藥), 제대로 알고 먹기


2. 원인 치료제.

감기에 걸렸을 때 증상 완화제만 먹으면 감기를 일으킨 바이러스나 균을 잡진 못한다고 했지? 하지만 원인 치료제는 그 원인이 되는 것까지 목표로 삼는 거야. 대게 이런 종류의 약들이 부작용이 강해. 대표적으로 항암제들이라거나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및 항생제(테트라사이클린)를 꼽을 수 있겠네.

감기에 걸려서 열이 38도 정도 되는데 그냥 끙끙 앓는 건 바보짓이야. 증상 완화제인 이부프로펜 정도는 먹어줘도 돼.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은 NSAID 계열이라고 불러. 복잡한 얘기를 제외하고 NSAID 계열은 위액이 많이 나오는 부작용이 있어. 그래서 밥먹고 약먹자, 라는 말이 나온 거지. 빈속에 약먹으면 위에 부담이 되니까. 위궤양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은 NSAID 약을 먹지 않는 게 좋아. 대신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 좋지. 하지만 타이레놀은 위장관 부작용을 없앤 대신 간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 생겼어. 그래서 술 먹고 난 다음 날 머리 아프다고 두통약 먹지 말라는 말이 나온 거야.

즉, 밥은 도저히 못 먹겠는데 열이 난다 -> 타이레놀을 먹는다. // 어제 술 먹었는데 머리가 아프다 -> 이부프로펜을 먹는다.(물론 술먹으면 위장관에도 부담이 있으니 그냥 약 안 먹는게 좋겠지만 일단 꼭 먹는다면) 와 같은 응용이 가능하지만 약은 약사와 상의해서 먹자.

대개 원인 치료제의 경우가 부작용이 더 강하다고 했지. 항암제를 예로 들어볼게. 항암제의 경우 암세포를 죽여야 하는데, 암세포는 사실 외부에서 온 게 아니라 몸 안에서 생긴 거잖아. 즉, 약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하지 못해서 닥치는대로 죽이게 돼. 그래서 부작용이 생기는 거지. 물론 그렇다고 독약을 먹는 건 아니야. 약을 만들 때 암세포를 최대한 골라내도록 머리를 쓰는데, 이걸 약물 전달 시스템이라고 해. 그 약이 필요한 곳에 작용하게 하는 거야. 암세포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분열이 많이 일어나니까 분열이 많이 일어나는 세포를 공격한다거나, 암세포가 스스로 자라기 위해 혈관을 생성하는데 이 혈관 생성을 억제한다거나.

또 항생제보다 항진균제가 더 부작용이 강해. 항진균제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다면 무좀약이라고 생각해. 무좀은 발에 곰팡이가 피는 거지? 그럼 곰팡이를 죽이는 약이 필요한데 곰팡이가 한자로 진균이야. 근데 병원성 미생물보다 진균이 사람 세포와 더 비슷하게 생겼거든. 이렇게 말하면 항진균제가 부작용이 더 강한 이유를 이해하겠지?

피부과 약은 독하다는 말이 있어. 왜 그럴까? 일단 피부병은 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게 매우 많아. 피부에 알레르기가 생겼어. 알레르기란 과잉 면역 반응이지? 그럼 면역 억제 연고를 바르게 되는데, 즉 약을 바른 부분의 면역이 억제되고 있다는 거야. 피부과 약을 빨리 낫고 싶어서 자주 많이 넓게 바르는 일이 없길 바래.

면역 억제로 인한 피해는 또 있어. 콧물약이야. 항히스타민제 라고 부르는데, 세티리진(지르텍) 등의 약이 대표적이지. 이 약을 먹으면 콧물이 줄어드는데, 부작용이 면역 억제야. 만약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해서 지르텍을 먹었다면 문제 없겠지만, 감기가 걸렸는데 콧물이 고통스럽다고 이 약을 먹으면 몸의 면역반응이 줄어들게 되는데, 그만큼 감기가 안 낫게 되는 거지. "약 먹으면 감기가 더 늦게 낫더라" 라고 생각한다면 감기약에 콧물약이 들어있었다고 생각하면 돼. 그 밖에 항 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하기도 해서 약 먹으면 졸립단 소리가 나오게 되지.

약을 자꾸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 이 말은 항생제 계열에서 나온 이야기야. 항생제는 병원균을 죽이는 약인데 병원균도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약물을 먹으면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예를 들어 몸 안에 A 란 균이 있어서 이 균을 죽이려고 A 를 죽이는 약을 먹었어. 처음엔 균이 쫙쫙 줄어들다가 어느순간 균이 죽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기 시작했다. 즉 A 를 죽이는 약에 내성이 생긴 균이 자란 거지?

이 경우 약을 끊으면 오히려 다시 균이 줄어들기 시작해. 진화란 그 환경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게 선택되는 거잖아? 약이 있는 환경에 적응한 균이 이번엔 약이 없는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하니까 균이 줄어드는 거야. 진화의 신비. 물론 때로는 슈퍼박테리아라는 내성이 강력한 균이 등장하기도 해. 하지만 이 균들은 대부분 병원에 있어. 왜 그럴까? 약물이 없는 환경에서는 약에 내성이 없는 형태가 더 적응을 잘 했기 때문이야. 병원에선 늘 항생제로 넘쳐나니까 약에 적응한 형태가 퍼지는 거고..

병원 처방을 통해 받은 감기약은 3일치라면 3일 전부 다 먹어야 해. 하루만에 다 나았더라도. 왜냐하면 몸 안에 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있는 약이라면 그 약을 다 먹어야 균이 확실히 죽을 테니까. 약을 끊었다가 다시 먹었다가 하면 균들이 점점 진화해서 나중에는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특히 결핵의 경우 약을 다 먹지 않아서 죽는 경우가 많았지.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라는 게 있는데, 부작용이 흔히 나쁜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하지만 부작용을 영어로 side effect 라고 해. 즉, 원하는 효과 외에 추가로 효과가 있는 약이야. 우울증 약은 대게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이 약을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체중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이 약을 비만인 사람이 먹으면 세로토닌 수치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식이야. 우울증이 있고 비만한 사람이 먹으면 안성맞춤이겠지만.

그렇다고 원래 정해진 목적 이외에 약을 복용해선 '절 대' 안 돼. 옛날에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있었어. 이 약은 수면제였는데 부작용으로 구역질이 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었어. 임산부들이 이 약을 엄청 사먹었어. 입덧이 없어지니까. 그리고 9달 후에 기형아를 낳게 되었지. 탈리도마이드는 새로 생겨나는 혈관을 막는 부작용이 하나 더 있었던 거야. 어린 아기들이 뱃속에서 자라는데 혈관을 못 자라게 했으니 당연히 기형아가 나왔겠지. 아, 아까 암세포가 자라기 위해 새로 혈관을 만든다고 했었나? 탈리도마이드는 지금은 항암제로 변신한 상태야.

뭔가 쉽게 약을 이해하고 잘 먹길 바라면서 쓰려고 했는데 써놓고 보니 횡설수설 두서가 없는 것 같다. 약에는 이것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들어가. 위에 말한 건 대게 "약리작용" 에 관한 부분이지만, 제형설계나 복용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 쓰기 전엔 A4 2장 정도면 사람들이 오해없이 약을 먹게 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쓰다보니 너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