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전세난! 이 참에 집 사버릴까?

따사한 봄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봄기운을 넘어, 최근 대한민국에는 한 여름 열기처럼 뜨거움이 넘치는 곳이 한군데 있다 하네요. 바로 부동산시장이랍니다. 올해 들어 주택 거래가 폭풍처럼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1~2월 기준으로 보면 무려 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거래가 늘어난 만큼 집값은 조금씩 상승하고 있으며, 최근 분양되고 있는 아파트 또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네요. 그야말로 훈풍, 아니 때 아닌 열풍이 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 이럴까요? 왜 갑자기 부동산 시장이 이렇듯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는 듯 느껴지는 걸까요? 저는 이 현상을 정부판 심리게임의 승리라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한번 들어보시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부동산은 줄곧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그러며 수 많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해 냈고요.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그 동안 족쇄처럼 채워 두었던 규제를 하나씩 풀었지만, 아주 잠깐의 효과뿐 대부분은 대답없는 메아리마냥 약발이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롭고 끔찍한 악몽이 일반 서민들을 덮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전세(환)난이었죠.

전세난은 2가지 원인에 의해 촉발되었습니다. 첫째는 낮아진 금리로 인해 더 이상 전세를 통한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없게 된 집주인들, 또는 당장의 은행빚을 갚아야만 하는 집주인들이 전세가 아닌 월세로 임대방법을 전환함으로써 시작되었죠. 둘째로는 그러한 집주인들이 많아지며 전세가 마치 희귀약재처럼 구하기 힘들게 되었고, 그 결과로 전세가는 소위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전세가만 오르다보니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정도로 좁혀지게 된거고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교묘히(?) 서민들의 아픔을 파고 들었습니다.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대신, 이렇게 속삭였죠. “내가 은행을 통해 자금을 싸게 받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놔 줄테니, 이 참에 집 사버려~ 언제까지 힘들게 전세살건데?”라고요. 왜 그랬을까요? 정부의 공식답변은 이랬습니다. 대한민국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건설업이 살아야 한다고요. 주택거래가 활성화되어야, 즉 건설업체가 보유한 미분양이 다 팔리고, 새로이 추진하고 있는 분양들이 잘 팔려야만 건설회사들이 다시 일어설 것이고, 그래야만 대한민국 경기가 조금씩 되살아날 것이라고요. 어떤가요? 맞는 이야긴가요? 혹 건설업을 살리기 위해 서민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억지 논리는 아닌걸까요?

하지만 다행히 정부의 속삭임에도 서민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죠. 왜냐하면 자금 부담도 그렇지만, 사는 순간 집 값이 더 떨어질 것 같았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버렸습니다. 금리가 사상 최저금리로 떨어졌고, 전세난에 지칠대로 지친 서민들이 드디어 빚을 내어 집을 사기 시작한겁니다. 그러자 그동안 눈치만 보던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그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한거고요. 물론 이 와중에 언론의 치어리더(?) 역할도 지대했고요. 사실 이런 움직임은 작년부터 조금씩 있어왔고, 올해 금리인하로 인해 그 뇌관이 터진 듯 보여집니다. 정부는 뒤에서 미소짓고 있을 겁니다. 드디어 원하던 대로 되고 있으니까요.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심리게임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겠죠.

향후 부동산, 특히나 아파트와 같은 주택 거래는 당분간 뜨겁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민들의 경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게다가 집값이 오르기 전에 잡아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라도 적극적으로 주택 매매에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집값이 뛰게 되면 그 만큼 전세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집값을 따라 상승할 가능성이 큰데, 그럴 경우 집없는 서민들은 더 고통받을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으니, 항복을 선언한 채 집을 사고 말겠죠. 친구따라 강남... 아니 친구따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집 사게 되는 격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택가격 상승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오래가긴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 빚으로 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빚으로 자금을 더 조달할 경우, 아무리 금리가 싸다 할지라도 그 이자를 내며 견디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둘째로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이 실현될 경 우 한국의 금리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텐데, 이때가 되면 높아질 이자를 갚기 위해서라도 많은 아파트들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매물이 많아지면 당연히 집 값은 떨어지게 되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젊은 부부들의 한 자녀 혹은 무자녀를 선호함으로써 신규주택을 필요로 할 젊은 인구가 갈수록 줄어,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은 남아돌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경우 서울, 수도권의 역세권, 교육 중심지, 그 외 특수한 장점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상당한 가격 하락이 예상됩니다.

최근의 상승세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지만,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의 경우 이 상승세는 길어야 2년 정도라 보고 있으며, 그 이후에는 상승 가격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2013년말에 출간한 자신의 저서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에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다 잠시 반짝 상승세가 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하우스푸어의 경우 지금이 오히려 집을 팔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말하고 있으며, 전세난에 지쳐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든 버티라고 조언하고 있는데, 2~3년 뒤엔 집 값이 하락함으로써 다시 고통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전세난으로 인해 지금 집을 살까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2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만약 집을 꼭 사야겠다 생각하는 분이라면, 본인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보세요. “지금 사려는 하는 집에서 평생을 살아도 좋을까?”라고요. 대답이 ‘예!’라면 사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평생 살 생각으로 구입한 집이니까요. 하지만 ‘아니오!’란 대답이 나온다면, 사지 마시고 조금 더 참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고자 합니다. 제 주변에 이런 분이 계시더군요. 자신은 좀 더 인내하고 싶지만, 오르는 전세값을 감당하기가 벅차 이제는 사야겠다고요. 그 분께 따끔(?)하게 한 말씀만 드리자면, 저는 왜 그 분이 현재의 집(그 분의 경우, 아파트), 같은 평수만 고집하시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집 주인이 전세값을 많이 올려달라고 했다면, 그 금액을 맞추기 위해 은행만 찾지 마시고, 현재보다 작은 평수, 타지역 혹은 빌라, 다세대 주택을 찾으면 안되는 걸까요? 작은 평수, 빌라, 다세대로 가면 삶의 품격이 떨어지고,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하락하는걸까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반대로 장점은 훨씬 더 크다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빚이 없으니 이자 때문에 걱정할 일 없을 거고요, 집이 작아지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소비도 줄어들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집이 좁으면 아예 시간될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도시락 싸서 근처 공원으로 소풍을 가면 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2년 정도 고생하고, 그 모은 돈으로 마음에 두었던 집을 싼 값에 사서 들어가 살게 되면 그 보다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선택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오랜 기간 자신과 가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조금 더 신중히, 넓은 관점과 사고를 가지고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위의 글처럼 지금의 아파트 분양 열풍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러한 경고들은 주로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데, 실제 지방에서 체감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면이 많다. 집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팔고나서 더 오르는거 아닌지, 집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 더 오르는게 아닌지, 막상 사고나면 경고처럼 폭락세가 되지 않는지 걱정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정부는 어찌하던 집값 상승을 위해 모든 가능한 정책을 쥐어짜고 있으며, 그 중심에 국민과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과 계획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625전쟁때 한강철교를 폭파하고 대통령이 먼저 도망친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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