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 그룹 분쟁, 반기보고서로 본 진실게임

[심층분석]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콜마家 분쟁, 반기보고서로 본 진실게임

BNH "2분기 반등했다" vs 홀딩스 "그래서 우리 손실이 얼만데?"… 데이터로 본 오빠의 명분


콜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입니다. 동생 윤여원 대표는 "실적이 반등하고 있는데 부당한 경영 간섭"이라 주장하고, 오빠 윤상현 부회장은 "자회사의 부진이 그룹 전체를 위협하니 개입은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최근 발표된 2025년 반기보고서는 이 진실게임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복잡한 회계 용어는 걷어내고, 숫자가 말해주는 팩트만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1. 동생의 성적표 (콜마비앤에이치): '절반의 성공'과 남겨진 숙제

우선, 분쟁의 중심에 선 윤여원 대표의 콜마비앤에이치(이하 콜마BNH) 성적표입니다. 윤 대표 측은 "2분기 실적이 극적으로 턴어라운드했다"고 주장했는데, 과연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입니다.

계정 (별도 기준) 2025년 2분기 2025년 1분기 QoQ (직전 분기 대비)
매출액 1,287억 1,149억 +12.0%
영업이익 105억 36억 +191.7%
(영업이익률) (8.2%) (3.1%) +5.1%p

1분기 영업이익이 36억 원에 그치며 시장에 충격을 줬던 것을 감안하면, 2분기에 105억 원을 기록한 것은 극적인 반등이 맞습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3.1%에서 8.2%로 껑충 뛴 점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아서가 아니라, 원가를 절감하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이익률 자체를 끌어올린 '질적 성장'의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윤 대표 측이 주장하는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상반기 전체 성적표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계정 (별도 기준) 2025년 상반기 2024년 상반기 YoY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2,436억 2,581억 -5.6%
영업이익 141억 159억 -11.3%

상반기 전체로 보면, 여전히 작년보다 부진한 실적입니다. 2분기의 반등이 워낙 극적이었지만, 1분기의 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죠. 주주들 입장에서는 "그래서 작년보다 잘 벌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 오빠의 가계부 (콜마홀딩스): 잘 나가는 본업, 발목 잡는 동생 회사

그렇다면 오빠인 윤상현 부회장이 이끄는 지주사 콜마홀딩스의 상황은 어떨까요? 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 콜마BNH 등을 자회사로 둔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본업은 탄탄한데, 동생 회사가 가계부에 마이너스를 찍고 있다'입니다.

계정 (연결 기준) 2025년 상반기 2024년 상반기 YoY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1,441억 1,029억 +40.0%
지분법손익 -106억 -111억 적자 지속
당기순이익 733억 486억 +50.8%

콜마홀딩스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1,4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나 급증했습니다. 이는 핵심 자회사인 한국콜마가 K-뷰티 호황을 타고 엄청난 실적을 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지분법손익' 항목입니다. 여기서 106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지분법'이란, 콜마홀딩스가 지분을 가진 자회사(콜마BNH 등)의 순손익을 지분율만큼 자신의 장부에 반영하는 회계 방식입니다. 즉, 콜마BNH의 부진이 콜마홀딩스의 장부에 106억 원의 손실로 그대로 찍힌 것입니다.

이는 윤상현 부회장의 주장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줍니다. 콜마BNH의 부진은 더 이상 '남의 집' 문제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이익을 갉아먹고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를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우리 집'의 문제인 셈입니다. 지주회사의 대표로서 이를 바로잡으려 하는 것은 감정적인 개입이 아닌, 재무제표에 근거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라는 명분이 생기는 것입니다.

결론: 숫자가 말해주는 진실, 오빠의 '명분'에 실린 무게

두 회사의 반기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윤여원 대표의 주장처럼 콜마BNH가 2분기에 극적인 턴어라운드를 이뤄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윤상현 부회장의 주장처럼, 콜마BNH의 부진이 그룹 전체에 심각한 재무적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입니다.

개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속 가능성'과 '주주가치'라는 잣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한 분기의 반짝 실적보다는 지난 4년간의 하락 추세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재무적 리스크가 더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번 분쟁의 본질은 '누가 회사를 사랑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주주들의 돈을 더 잘 불려줄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숫자는 냉정합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숫자는, '경영 정상화'를 외치는 오빠의 명분에 더 큰 무게를 실어주고 있습니다. 9월에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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